<< '봉숭아'에 얽힌 사연(유래) >>


고려의 고종때 쯤인가....
원나라의 맹공에 항복한 고려는 금은보화 공물은 물론이요 젊은 남녀들
까지 뽑아다 바쳐야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과부처녀추고별감(寡婦處女推考別監)이라는 과부와 처녀를 착출하여
공녀로 바치는 제도적인 기관까지 두게되었으며..
공녀를 피하고자 이마에 피도 안마른 아이들을 혼례시키고, 데릴사위를
미리 데려오고 하는둥, 온 나라에 혼례제도가 이때부터 '조혼'이 되기
시작하는 것이었죠. 바야흐로 고유 미풍양속이 파괴되는 현장이었습죠.
공녀 충당을 제대로 못하는 조정에서는 조혼을 막고자 '금혼령'을 선포
했으며, 심지어 '처녀등록제'까지는 실시하여 공녀를 채우는데 혈안이
되어있었던 한심한 시기였습니다.이즈음, 우륵 뺨치게 가야금을 잘 타는
언니 봉미(鳳美)와 동생 선미(仙美)라는 자매들이 있었는데 이 둘은 함께
공녀로 끌려가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불행중 다행이도 볼모로 가는
왕세자 '충선'의 몸종으로 가게 되었죠.
뙤놈들의 노리개감이 되는 것보다는 몇백배 나은셈이죠.
허나, 한 번 가면 언제 돌아 올지도 모르는 몸.
또, 나중에 충선만 귀국하고나면 자기들의 신세는... 아!...
설사 귀국한다해도 화냥년(원래는 '환향(還鄕)년'으로 '고향으로 돌아온
여자'라는 뜻으로 이미 뙤놈들에게 더럽혀졌다해서 '탕녀''잡년' 등
저속한 의미)취급 받으며 사람행세도 못할 텐데...
이 두 자매의 심사를 짐작이나 하는 듯 충선은 말했습니다.
"여봐라.. 내 귀국하게 되면 너희 둘은 꼭 다시 데려오마..."
두 자매는 말씀만이라도 황공했죠... 그리곤 마음속으로 충선을 사모하는
마음이 둘 모두에게 싹트기 시작합니다.
원나라에서는 충선에게 자그마한 궁을 주어 기거하게 했습니다.
봉미와 선미도 물론 같이 있게되었죠.
그런데 음흉한 원에서는 충선의 총명함과 담대함에 후환이 두려워..
술과 음식에 춘약, 마약 등을 섞어...심지를 흐리게 한 뒤..
원나라의 미녀, 요녀들을 뽑아서 날마다 바꿔가며 충선을 유혹하게
했습니다. 처음에는 굳게 버티며 잘이겨내던 충선도 자기도 모르게
취해버린 마약과 요녀들의 공략에 함몰하기 시작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봉미와 선미는 안타깝기만 할뿐 자기들로서는 말릴 힘이
없었죠. 둘은 서로 손을 부여잡고 충선의 타락해 가는 모습에 한탄할
수밖에....그러나, 사랑하는 왕세자의 무너져가는 혼을 아무리 힘이
없다고 방치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 두 자매는 밤잠을 자지않고....
가야금과 씨름하며.... 회심곡(回心曲), 회향곡(回鄕曲)을... 짓기 시작
했습니다.
드디어 완성한 날.... 충선의 방문 앞에 앉아 가야금을 타기 시작합니다.
진양조.. 쑥대머리... 자진머리... 휘모리... 청아한 가야금 소리가
온 궁안을 휘감습니다. 방안에서 벽안의 서역 요녀랑 뒹굴던
충선의 귓가에도 그 가야금 소리가 비수 처럼 꽂힙니다.
부르르 몸을 떠는 충선의 머리 속으로 청량한
기운이 스쳐갑니다......................
이미 폐인이 되었으리라 여겼던 충선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본 원 조정의
대신들은 깜짝놀랐습니다.
고려에서온 두 계집들 때문이란걸 알아낸 대신들은 노발대발하며...
봉미와 선미를 끌어내려 했지만 죽음도 불사 하겠다는 완강한 충선의
고집을 꺾을수가 없었죠. 봉미와 선미는 그 사실을 알고 혹 왕세자가
피해를 입을까 두려워 자신들이 그들 뜻대로 따르겠다 간청했지만 충선은
일언지하에 거절했습니다. 원의 조정에서 급기야 꾀를 냈습니다.
황제이하 모든 백관들이 모인 가운데 물론 충선도 포함해서요...
봉미와 선미에게 가야금을 타라고 했습니다.
봉미와 선미는 무슨 영문인지를 몰라 불안했죠.
하지만 거역할순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들이 가져다준 가야금은 봉미와 선미의 것이 아니었죠.
'남의 연필로 시험본다고 점수 안나올리는 없지만..'
그래도 두 자매는 뭔지 심상치 않다는 걸 피부로 느꼈습니다.
둘은 수백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자리를 잡았습니다.
가야금 줄을 고르는 순간, 두 자매의 눈이 마주 쳤습니다.
'아!!- 그랬었구나.' 줄을 만지고 튕겨보는 순간 손가락이 타는 듯
아픔을 느꼈던거죠. 맹독을 발라 놨던겁니다.
봉미와 선미는 서로 처연하게 마주 보다... 이내 결심이 선 듯..
이를 물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어른거리는 물기를 밖으로 흘려보내지
않고 끝내 안으로 갈무리 하고는 충절과 사랑으로 가득찬 눈빛을
마지막으로 충선에게 보내고는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회심곡(回心曲)이다.....
고아한 가야금의 선율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이내 천상의 선녀들이 춤을 추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감미롭다가..
점점 격렬해집니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온갖 욕심, 악의를 송곳으로
파내듯... 온몸의 모공으로 선율이 파고듭니다.
뜯고 튕기고 누르고하는 두자매의 손가락은 이미 흑빛으로 변했습니다.
두자매는 고통도 잊은 듯 ....
주위의 모든 사람들도 완전 무아지경에 빠졌습니다.
...................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튕기는 손가락이 툭--!!! 터지며 검은 피가
주위에 퍼집니다...
두 자매는 멈추지 않습니다.열손가락 손끝에서 온통 피가 솟아 나옵니다.
피를 머금은 가야금의 선율은 더욱더 황홀한 음색을 띄워 갑니다.
충선은 그제야 모든사실을 깨닫습니다.
말리려했지만 가야금의 선율은 충선의 머리속을 뚫고 들어오며....
'우리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마옵소서'라는 애원으로 심어지고....
충선은 입도 뻥끗 할수없었습니다. 오로지 피를 사방에 튕기며.....
자신을 위해 희생해 가는 두 자매를 눈속에 넣고... 또 넣고....
이윽고 독이 손가락을 타고 심장까지 침투한 봉미와 선미는 가야금위에
쓰러지고 맙니다. 손 끝이 피투성이가 된 채...두 자매는 쓰러졌지만...
가야금의 선율은 없어지지 안고 전 내를 한참을 휘감고 있었으며......
나중에야 천상의 소리에서 정신을 차린 황제를 위시한 백관들은
회한의 한숨을 쉬며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황제의 명으로 특별히 화장을 한 부드러운 두자매는 옥병에 담기어
충선에게 전해졌고....
원의 조정에서는 충선을 인질에서 해제하여 고려로 되돌려 보냈습니다.
고려로 돌아온 충선은 목숨을 바쳐 자기를 바로 잡은 두 자매의 혼이
항상 자기와 같이 있기를 바라며 자기 궁 주위에 그들을 뿌렸습니다.
그 이듬해.... 두 자매를 뿌린 자리에서 이름 모를 꽃이 피어났습니다.
충선은 그꽃이 두 자매의 현신인 것을 알았죠... 그래서 이름을
두 자매의 이름을 따서 '봉선화'(鳳仙花)라 지었습니다.
그로부터 1,000여년 뒤 굴욕의 일제치하에서 약하고 비참한 '울밑에선'
모습으로 홍난파님에 의해 묘사되지만..절대 그게 아닙니다.
손가락에 피칠을 하며 목숨을 바쳐 왕세자를 구하고 충절을 다한
두 자매의... 위대한 힘이 숨어 있습니다.
그리고 후세 여인들의 손톱을 빌어서 두 자매는 영원히 살아있죠.
지금은 순우리말로 '봉숭아'라 부르며 아녀자의 손톱에 아는지 모르는지
물들여지고 있지만..
씨가 익어서 건들기만 하면 뚝 터지는 이유는
독에 부르튼 손가락이 가야금 줄에 터지며... 피를 뿌렸던.. 때문이죠.


출처 : 인터넷
beerbank님이 작성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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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bass 2004. 9. 15. 1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