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 대화하라, 그리하면...
[오마이뉴스 정기상 기자] 놀이터에 어린이가 없다. 어린이가 실종된 것이 아니라 놀 시간이 없는 것이다. 어린이들의 하루 일과를 보면 놀랄 뿐이다. 24시간이 모자랄 판이다. 학교에서 끝나자마자 학원으로 달려가야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텔레비전과 전자 게임에 빠져버리게 된다. 한가하게 놀이를 할 여유가 없다. 당연히 정서적으로 메마를 수밖에 없다. 건조해진 감성은 아름다운 사람을 만들 수 없다. 어린이들은 놀면서 배운다.

가정에서도 대화가 실종되고 있다. 엄마랑 아빠랑 사랑의 교감이 이루어질 틈이 없다. 바쁜 현대인의 특징이라고는 하지만 보통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살아가는 것이 바빠도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우선 순위에서 제일 상위에 있어야 할 것은 바로 자녀 교육이다.

▲ 어린이는 하고 싶어하는 욕망 덩어리이다. 자극하면 적극적으로 변한다.
ⓒ2005 정기상
자녀를 어떻게 키우느냐 하는 것은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일이기에 그 어떤 것보다 앞서야 한다. 그런데 당장 눈앞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여 소홀히 하는 일이 많다. 결국 멀지 않은 장래에 변해버린 자식의 현실을 보고 후회하지만 그 때는 이미 늦을 수밖에 없다.

사람다운 사람으로 기르는 것의 출발은 대화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대화 상대는 엄마이고 아빠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암담하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니 바쁘다는 이유로 교감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더군다나 사랑이 넘쳐야 하는 부모 자식의 관계가 책임과 의무의 고착되고 있다.

이런 악순환은 대화 내용의 빈약으로 발전하고 나중에는 얼굴을 맞대어도 할 말이 별로 없어지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국가의 기본 단위인 가정이 부실해진다는 것은 결국 우리 미래가 무너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적인 풍요로 인한 삭막하고 메마른 감정을 가진 건조한 인간을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물론 사교육비 해결도 요원하게 된다.

아무리 바빠도 엄마와 아이는 대화해야 한다. 억지로 시간을 내서라도 그런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최소한 하루에 30분은 함께 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사랑의 감정을 교감해야 한다. 정말로 바쁘다면 일을 하면서라도 아이와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열심히 일하는 엄마의 모습은 아이에게 정겨움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아이의 생각이다. 엄마의 사랑이 아무리 크고 절실하다 하여도 아이 스스로가 엄마가 그렇게 사랑을 주고 있다고 믿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 된다. 아이가 그렇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엄마가 저렇게 바쁜 데에도 나에게 주는 사랑이 넘친다고 믿어야 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대화의 내용이다. 상투적인 일상어에 우리 모두 중독되어 있다. 입에 배어 있어 자신도 모르게 일상어가 튀어나오고 그것은 이상하게 느끼지 못한다. 또 막상 조금 다른 말을 하고 싶어도 쉽지가 않다. 무슨 말을 어디에서부터 할까 망설여질 뿐이다. 아이에게 던져지는 일상어는 아이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

'공부해라.' '숙제해라.' '씻어라.' '양치질해라.' '정리정돈 하여라.'

이런 말들은 아무런 감흥을 주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반발하게 한다. 귀에 못이 박혀버릴 정도로 들은 이야기이니 그런 말에 관심을 가지지 못한다. 잔소리로 생각할 뿐만 아니라 간섭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이런 상투적인 일상어를 하는 엄마는 아무런 의식 없이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다. 그렇지만 이 말을 듣는 아이의 생각은 다르다. 엄마의 이런 상투적인 일상어를 빨리 버리고 사랑이 넘치는 내용으로 바뀌어야 한다.

우선 명령하는 말을 존중하는 말로 바꾸어야 한다. 아이의 생각을 존중해주는 말로 바뀌어야 한다. 아이가 충분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어야 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다양한 생각을 수용해주어야 한다. 아이의 생각을 무시하거나 힐난하게 되면 아이는 단번에 의기소침해질 수밖에 없다.

바쁜 일상에서 30분의 대화 시간은 소중하다. 낭비해서는 안 된다. 효율적인 가정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미리 계획되고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스쳐 지나가는 시간이 되어서는 사랑이 싹틀 수 없다. 엄마가 말을 많이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엄마는 들어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사랑은 스스로의 자각에 의해 발전한다. 강요하는 권유로는 만들어질 수 없다. 따라서 엄마는 잘 들어주어야 한다.

엄마가 잘 들어주면 아이는 신난다. 무슨 말이든지 더 하고 싶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내용이 빈약할 수밖에 없다. 그럴 때 엄마는 아이를 유도해야 한다. 아이가 학교에서 배운 학습 내용을 말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다.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권유 형 말투로 유도해야 효과가 높다. 엄마가 진지한 태도로 들어주게 되면 아이는 신바람이 나서 자기가 배운 내용에 다른 것까지 더하여 말하게 된다.

이는 여러 가지 효과를 낸다. 그날 학습한 내용을 복습하는 것을 물론 아이의 배운 지식에 대한 요약할 수 능력이 길러지면서 생각하는 서사까지 확대된다. 이런 사랑의 대화가 지속되게 되면 학원에 가지 않아도 충분히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 된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실천이다. 하루 이틀 시행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교육이 어려운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 어떤 이유로도 아이와 정한 대화 시간은 지켜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 아이와의 약속을 어기게 되면 아이가 실망하는 것은 당연하다. 교육은 줄다리기이다.

세게 잡아당겨도 안 되고 아이에게 끌려가서도 안 된다. 아이가 도망가면 잡아당기고 아이가 딸려오면 저만큼 밀어내는 것이 바로 교육이다. 일상적인 상투어가 아닌 그날 배운 학습 내용을 대화의 소재로 활용한다는 사랑이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고 효율적인 가정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다.

/정기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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